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서울시 마을버스,

6월부터 운행 중단?

 

버스 완전공영제를 요구한다

 

 

강후┃서울

 

 

 

학교를 왔다 갔다 하거나 다른 동네에 놀러 갈 때, 마을버스는 요긴한 이동수단이었다. 전철역에 내려서도 한참 걸어야 하는 거리를 줄여주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운행하니 원하는 목적지가 후미진 곳에 있어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고령층 이용자도 많고, 교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네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마을버스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요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버스마다 앞에 현수막을 달고 다닌다. 거기에는 “마을버스, 달릴수록 손해 보니 더 이상 운행 못합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문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 마을버스 사업주들은 더 이상 적자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며 오는 6월부터 버스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도’(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버스와 전철을 대상으로 요금체계를 통합하고 환승 시 요금 할인을 적용해 이용수단에 관계없이 이용거리에 따라 과금)에서도 탈퇴하겠다며, 서울시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마을버스가 위기에 처한 직접적 계기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승객 감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적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버스 노선은 업체가 사적으로 소유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요상한 민영제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125_34_수정.jpg

 

 

 

위기의 마을버스, 문제는 민영제

 

현재 서울시 마을버스는 순수 민영제로 운영되지 않는다. 즉, 손실을 보더라도 지자체가 일정하게 수입을 보전해준다(‘재정지원형 민영제’). 순수 민영제에서는 “벽지노선 등 수익이 나지 않는 구간은 요금을 엄청나게 올리지 않고서는 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 버스-지하철 연계체제 구축 등 통합적 도시교통관리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순수민영제에서는 ‘대중교통’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는 버스회사에 재정을 지원해 적자를 보조한다.… 보조금 없는 민영버스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 유독 마을버스에서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 한석근 지부장에 따르면, 마을버스는 1대당 하루 운송수입 기준이 45만 원 정도로 책정돼 있었다. 즉, 만약 마을버스 1대당 실제 수입이 45만 원에 미달할 경우 서울시에서 부족분을 업체에 지원해준다는 의미다. 이 금액에는 노동자 임금과 차량 유지비, 연료비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으로 승객이 크게 줄면서 지원금을 신청하는 업체도 늘고 보조해야 할 금액도 불어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마을버스 보조금 명목으로 잡아놓은 예산이 부족해졌고, 지원액도 이전의 70% 수준으로 줄이면서 나머지 부분은 각 업체 운행 지역을 관할하는 구청에 요청하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나 구청도 이를 책임질 수 없었고, 사업주들은 요금 인상을 요구하며 운행 중단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마을버스 노동자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개가 넘는 서울시 마을버스 업체 중 민주노조로 조직된 사업장은 4곳 정도. 나머지는 대부분 한국노총 소속이거나 아예 노조가 없다. 한석근 지부장은 “예나 지금이나 마을버스 노동조건은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고용계약 자체가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곳이 많고, 심하면 6개월짜리 단기 계약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이전에도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 노동자들은 주휴수당이나 상여금도 받지 못했고,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묶여 있었다. 이런 와중에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마을버스 기사들이 해고당하거나 임금이 체불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노동자들로서는 생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두를 위한 완전공영제

 

서울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6월부터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는 사업주들을 달래려 할 것이다. 지난 2019년 경기도에서 주 52시간제 적용 관련 버스 자본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했던 것처럼(<변혁정치> 93호(2019년 10월 1일 자) 기사 “경기도 버스 요금인상, 세금으로 민간업체 배불리기” 참고), 서울시 마을버스 요금을 올릴 수도 있다. 혹은, 요금 인상이 시민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니 버스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려주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결국 시민 돈으로 버스 자본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방식이다.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체계의 일부인 공공재다. 더군다나 업체들이 ‘적자 보는 사업은 못 하겠다’고 나오는 지금, 더 이상 마을버스를 민간 자본에 맡겨둘 이유가 없다. 버스 완전공영제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미 전남 신안군이나 제주, 세종시에서도 완전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다. “공영버스체제에서는 임원‧관리직 인건비, 사무실비용, 차고지비용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 재정지원금을 많이 타내고자 운영비를 부풀릴 이유도, 운행하지 않는 버스에 ‘보유비’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투입할 이유도 없다. 완전공영제는 버스회사가 챙기던 세금을 고스란히 대중의 교통편익으로 돌려준다.”**

 

요금 인상이나 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은 ‘손실의 사회화-이윤의 사유화’를 반복하는 것이다. 버스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고용과 생존을 보장하면서도 시민 역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바로 지금 마을버스 완전공영제가 필요하다.

 

 

 

 

* 사회변혁노동자당 소책자 「버스완전공영제, 필요하고 가능하다」, 2017년 10월 26일.

 

 

** 앞의 소책자, p.32.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