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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정원 미달, 책임은 청소노동자에게?

 

집단해고에 맞선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싸움

 

 

정승철┃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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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주류사진관 정남준]

 

 

여기저기서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를 거론하며 ‘인구절벽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생기면 당장 경력단절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 한 몸 살아가기도 벅찬 경제적 여건 속에서 육아‧보육‧교육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이 사회가 초래한 결과다.

 

당최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지금의 사회구조적 모순이 그 원인이지만, 유탄은 엉뚱한 데 돌아가고 있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입학 정원 미달을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이 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다.

 

부산 소재 사립대학 신라대는 그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신라대 측은 ‘신입생이 줄어 학교 재정이 어렵다’면서 비정규직 여성 청소노동자 51명을 전원 해고하고 학교 청소업무를 기계화하는 한편 교직원에게 청소를 맡기겠다는 방안을 ‘혁신’이라고 들고나왔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철저히 이윤 추구 기업의 입장에서 강행하는 구조조정이다.

 

 

 

이윤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

 

신라대학교의 1년 총예산은 약 9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학생들로부터 걷는 등록금 수익이 600억 원가량이고, 여기에 더해 국고보조금이 260억 원을 차지한다. 반면, 지자체 지원금과 기타 수입을 제외하면 이 사립학교 법인의 전입금 규모는 연 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학생들 등록금과 국가 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한다는 의미다.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며 청소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하면서도 자신들의 몫은 알뜰히 챙겨가는 사학재단,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이윤의 사유화-손실의 사회화’ 아닌가?

 

‘사립대’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상 공적 자금과 학생 돈으로 운영되는 이 사학체제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학내노동자들뿐만이 아니다. 법인이자 기업으로서 이윤 확보에 혈안이 된 대학은 자본이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어려운 소위 ‘돈 안 되는’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신라대가 청소노동자 해고와 더불어 예술 계열 학과 폐과를 통보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이 있어서

이렇게라도 싸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당국에 맞서 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년 전인 2014년,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학교와 업체 측은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했던 임금‧노동조건 관련 기존 합의를 승계하지 않으려 몽니를 부렸고, 이에 저항한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려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79일간 학교 건물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진행하는 한편, 단식농성과 이사장실 앞 점거농성 등 치열한 투쟁을 전개한 끝에 원직복직과 정년보장이라는 합의서를 받아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신라대는 ‘업체와의 계약 종료’라는 형식으로 청소노동자 51명에 대한 전원해고를 다시 자행한 것이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마주한 구조조정 위기는 신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싸우고 있지만,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곳곳의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려 해고와 인원감축-임금삭감을 강요받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미달 사태는 올 한해로 그칠 문제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이들 사학재단은 자신들의 재정 악화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함으로써 손실을 만회하려 할 것이고, 가뜩이나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에 시달리던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대학구조조정의 파고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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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주류사진관 정남준]

 

 

 

곳곳에서 벌어질 대학구조조정,

함께 싸워 승리하자

 

이렇듯 사학재단이 지배하는 지금의 대학체제에서 구조조정 문제는 더욱 악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당장 신라대만 하더라도 내년 입학 정원을 353명(15%) 감축할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취업 잘 되는 학과’를 설립해 신입생을 모집하는 한편 앞서도 거론했듯 ‘돈 안 되는 학과’는 통폐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윤과 ‘성과’ 중심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돌아온다.

 

결국 지금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은 단지 그들만의 투쟁이 될 수 없다. 이들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몰아치게 될 대학구조조정에 맞서 어떻게 투쟁해야 할지, 나아가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사학재단이 나랏돈과 학생들 돈을 빨아들이면서도 이윤 확보에 혈안이 돼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이 폐단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혈세로 재단 배를 불릴 게 아니라, 이런 대학을 국‧공영화함으로써 국가가 직접 양질의 대학교육을 보장하는 한편 대학 내 모든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때 지금의 ‘대학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해고 철회 투쟁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갈수록 생존 위기에 직면하게 될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함께 뭉쳐 싸워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야 한다. 전국의 많은 동지들이 이 싸움에 함께 연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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