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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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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3.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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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고난

 

 

한 아이돌 그룹의 ‘역주행’이 큰 화제다. 데뷔 이후 5년간 몇 차례 앨범을 냈지만 대중의 주목은 거의 받지 못했고, 수중에 단 몇 만 원이 없어 어려워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멤버들이 그룹을 해체하기로 마음먹고 각자 취직 준비를 비롯해 막막한 앞날을 고민하던 그 순간, 예상치도 못하게 과거 그들의 공연 모습을 담은 한 유튜브 영상이 불과 2~3일 만에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이 그룹의 존재를 수많은 사람에게 드러내보였다. 해체 직전까지 내몰렸던 이들은 이제 음악방송은 물론이고 각종 프로그램의 섭외를 받고 있다.

 

언론보도와 인터뷰도 쏟아졌다.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 그룹은 ‘노력 신화’의 최신 버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설움의 시간을 보내다가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맞는, 어쩌면 이 고전적 신화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서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세대와 이 그룹을 함께 묶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다시 노력한다’는 전형적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기사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가요계만 하더라도 곳곳의 소속사에서 데뷔한 수많은 그룹이 자기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스스로 꿈을 포기한다. 과연 그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일자리 없이 불투명한 미래에 암울한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희망 없는 고난이 계속되는 구조에서 언제까지 위로로 만족하라고 할 수는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다른 삶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요행을 바라지 않고 그 대중 앞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우리의 전망을 드러내며 기억하게 하는 것, 어쩌면 이 ‘역주행’ 이슈는 사회주의자들에게 더 교훈을 주는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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