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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헌법체제와 박근혜탄핵 헌재결정의 한계

촛불항쟁을 사회적·민중적 체제전환의 동력으로 전환할 필요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19차례의 촛불집회와 1,500만에 달하는 촛불대중이 광장을 채웠고, 광장대중의 힘에 의해 대통령은 파면 당했다. 탄핵소추안 의결에 주저하고,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했던 정치권이 압도적인 다수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게 만든 것도 광장의 촛불대중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보수우익세력의 발호와 대통령 옹호세력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파면결정을 이뤄낸 힘과 동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의 결정적 사유이자, 유일한 사유로 거론한 내용은 파면 선고문에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적시되었듯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이다. 헌법 제1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침해하고, 대의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선고문에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하였고,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라고 언급한 내용이 그것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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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사회적 권리 보장 불인정한 헌재 판결

하지만 권력의 사유화와 남용으로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자율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은 헌법재판소 판결내용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충의견으로 적시하여 박근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는다 하더라도, 이를 탄핵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점,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점,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문체부 국장을 해임하는 등의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한 점에 대해서도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선고문의 내용은 탄핵 사유로써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것을 위반한 점과 권력남용을 통해 기업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국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권리의 보장은 성실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철학이자 정신의 문제이다. 결국 현행 헌법이 담고 있는 민주주의(달리 말하면 87년 체제)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이지 생명권을 포함한 국민의 권리가 아님을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입증해 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한계를 지닌 현재의 헌법과 민주주의, 이를 통해 달성된 대통령 탄핵결정의 의미가 거부되거나 사소하다고 치부할 것은 아니다. 광장의 촛불대중이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듯이 지금의 한계와 성과를 딛고 민주주의를 더욱 급진화시켜 국민의 모든 권리가 보장되고, 권력을 위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권력의 주체로 서기 위한 장정을 시작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 사드배치, 재벌의 뇌물 거래, 위안부 협상, 국정교과서 추진, 공공부문 민영화 등 박근혜 정권아래에서 자행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이러한 장정에서 맨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핵심가치-기업중심 시장주의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60일 이내에 새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늦어도 59일 이전에는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하고, 이제 정국은 본격적으로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대통령 탄핵의 과정을 거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유력한 듯 보인다. 그러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과연 박근혜정권과 크게 다른 모습일까? 이들은 적폐청산에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대선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할 뿐 명확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지 않고, 스스로 내걸었던 민생개혁입법 역시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회통과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있어서도 소속 국회의원 한 두 사람을 빼고는 적극적이지도 않다. 유력 대선 주자의 캠프 인사는 삼성 직업병 문제해결을 요구해 온 반올림에 대해 전문시위꾼등의 막말을 쏟아내어 사회적 연대의식이 없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재벌로 통칭되는 기업이 저질러온 범죄에 대해서도 해결의지를 갖고 있지 않음을 드러냈다. 이같은 행태를 보면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갖고 있는 정체성은 박근혜 탄핵 헌재결정문에서 보여주고 있는 헌법의 정신과 동일하며, 그것의 핵심은 기업중심의 시장주의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19876월 항쟁을 통해 탄생한 현행 헌법체제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세력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으로 모여있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87년 헌법체제 아래에서 1997년 정권교체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체제를 안착시킨 주역들이기도 하다. 현행 87년 헌법체제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개헌에 대해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행 87년 헌법체제는 5년마다 권력을 교체하게 되어 있어 항상적으로 정치체제의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연정이 처음 거론되고, 최근 대선경선과정에서도 대연정과 내각제·중임제 등 권력구조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러한 지배정치체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미 물리적으로도 대선 전에 개헌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조기에 치러지는 대선 결과 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지배정치세력의 정치적 안정’(안정적 지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정치세력도 의회 내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당의 지위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한계와 조건은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며, 차기 대통령 임기초반에 논란이 재개되어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개헌그들만의 리그로 내버려 둔다면 지배정치세력은 그들만의 룰로 채워나갈 것이다


적폐청산으로 촛불항쟁의 힘 모아내야

광장의 촛불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것을 온전히 표현하였고, 대통령 탄핵이란 역사적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87년 헌법체제 하에서 97년 신자유주의체제가 형성되어 왔던 과거의 길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촛불혁명의 길은 이제 시작이다. 촛불항쟁의 성과로 박근혜를 탄핵한 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단지 유신체제의 종말에 그치는 것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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